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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우승은 내가 먼저 할게" 파이널 달군 뜨거운 우정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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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프로볼링 작성일 22-06-10 09:44 조회 6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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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이 9일 '2022 에보나이트컵 프로볼링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용인=한국프로볼링협회
학창 시절 함께 운동했던 34살 동갑내기 친구와 프로 무대 첫 정상을 놓고 펼쳐진 우정의 대결. 1년 먼저 프로에 입문한 친구가 준우승을 거두며 자리를 잡았지만 데뷔 첫 우승의 꿈은 다른 친구의 차지였다.

김현민(25기· ㈜삼호테크)이 9일 경기도 용인시 더블랙 볼링경기장에서 열린 '2022 에보나이트컵 프로볼링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결승에서 김현민은 예선 1위로 결승에 선착한 이명훈(15기·브런스윅)을 218 대 167로 눌렀다.

프로 데뷔 2시즌 만에 거둔 감격의 우승이었다. 국가대표 출신 김현민은 울산 울주군청, 천안시청, 인천교통공사 등 실업팀을 거쳐 2020년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다만 그해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못해 김현민은 지난해에야 데뷔할 수 있었다.
 
결승에서 김현민은 초반 리드를 당했지만 3~5프레임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명훈은 변화한 레인 오일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고 2~3번 스플릿 실수를 연발해 2018년 에보나이트컵 이후 2승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다. 김현민은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여유 있게 챔피언 샷까지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사실상의 결승은 준결승 격인 3위 결정전이었다. 김현민은 최중현(24기·미스틱브래그)와 맞붙었다. 둘은 여의도중학교와 양재고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사이. 170cm 다부진 체격의 김현민과 185cm 장신에 왼손 볼러인 최중현의 준결승전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매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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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에보나이트컵 프로볼링대회' 10연속 스트라이크 등 빼어난 경기력을 보인 최중현. KPBA

승부는 그야말로 접전이었다. 김현민이 특유의 호쾌한 샷을 구사하면 최중현도 정교한 공략으로 맞섰다. 그러나 김현민이 후반 6연속 스트라이크를 꽂는 뒷심을 펼치면서 245 대 229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후 최중현은 친구 김현민에게 "고생했다"며 격려했다. 김현민보다 1년 먼저 프로에 데뷔한 최중현은 지난해 제1차 DSD삼호컵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올해 다시 정상에 도전했지만 친구에게 우승을 양보해야 했다.

김현민은 "중학교 때부터 중현이와 함께 선수 생활을 했는데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군 입대 등으로 떨어져 지내다 프로에 와서 다시 만났다"면서 "중현이는 어느 경기든 꾸준히 자신의 점수를 따내는 친구"라고 전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최중현은 이날 6, 7위 결정전에서 무려 10연속 스트라이크를 기록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가장 큰 고비를 넘었기 때문일까. 준결승에서 친구를 누른 김현민은 결승에서 오히려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김현민은 "준결승은 져도 상관 없고 중현이와 좋은 경기를 하자는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결승에서는 지기 싫더라. 마지막 무대에서 지는 것보다 반짝 빛나는 게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쉽지 않은 프로의 길이었기에 더 값졌다. 김현민은 "실업팀에 있다가 프로에 왔는데 공과 용품을 다루는 볼링 전문점을 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로 2020년 대회도 없었고 볼링 전문점 매출도 많이 떨어져 힘든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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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에보나이트컵 프로볼링대회' 결승에서 김현민이 매서운 눈빛으로 샷을 구사하고 있다. K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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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이 '2022 에보나이트컵 프로볼링대회' 우승 뒤 한국프로볼링협회 김언식 회장(왼쪽) 등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KPBA
이런 가운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김현민은 "부모님이 강원도 태백에 계셔 오늘 결승에 오시지 못했다"면서 "다시금 감사를 드린다"고 효자다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여자 친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사랑꾼의 면모도 잊지 않았다.

프로 경력은 짧지만 볼링 구력은 어지간한 베테랑에 뒤지지 않는다. 34살 김현민의 구력은 무려 25년이다. 10살 때부터 공을 잡았다. 김현민은 "원래 바둑을 했는데 너무 앉아만 있어서 부모님께서 운동을 해야 한다며 볼링을 권유하셨다"면서 "이후 볼링의 매력에 빠져 중학교부터 엘리트 선수로 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둑을 둔 게 볼링에서도 도움이 됐다. 김현민은 "학창 시절 바둑에서 배운 대로 몇 수 앞을 생각하고 경기를 했는데 멘털이 흔들리지 않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볼링계 관계자는 "김현민이 선수 때부터 다른 동료들에게 팁을 알려주는 등 명석한 부분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어릴 때부터 하체 운동을 많이 해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첫 우승을 거뒀지만 갈 길이 멀다. 김현민은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40살 전에 10승을 거두겠다고 했는데 막상 대회를 치러보니 너무 힘들어 목표를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할 것 같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그래도 꾸준히 운동하고 레슨도 하면서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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