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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칠 때는 84세 어르신도 청춘”...시니어들의 ‘건강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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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프로볼링 작성일 23-04-04 14:32 조회 6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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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서울 공릉볼링센터 시니어 볼링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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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서울 노원구 공릉볼링센터에서 시니어볼링 동호회 회원들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홍인기 기자

 

 

편집자주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한국은 2025년엔 65세 이상 비율 20.6%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5세이나 건강 수명은 66.3세에 불과합니다. 평균 17.2년을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서글픈 현실. 건강한 노년을 실천하는 이들이 즐기는 운동을 통해 100세 시대 건강 장수법을 소개합니다.


레인을 따라 비스듬히 굴러가던 공의 방향이 이내 꺾이더니 볼링핀 10개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백발의 어르신이 선보인 시원한 ‘건강 스트라이크’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노원구 공릉볼링센터는 ‘시니어 볼링의 성지’로 통한다. 전체 회원 약 500명의 40%인 200명가량이 만 50세가 넘고, 최고령은 84세다. 센터에서 회원들을 지도하는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소속 양공모 프로는 “시니어 회원 대부분이 수십 년 이상 볼링을 즐기고 있다”며 “우리 센터 회원들의 존재가 곧 볼링이 평생 운동이라는 증거”라고 자부했다.

볼링은 근력보다는 자세와 리듬이 중요한 종목이라서 체력, 관절이 좋지 않은 실버 세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공이 무거우면 무게를 낮추면 되고, 손목에 부담이 가면 보호대를 착용하면 된다. 날씨와 상관없이 365일 볼링을 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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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공모 프로가 시니어 회원의 투구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단순히 핀을 향해 공을 굴리는 방식이지만 운동 효과도 상당하다. 어드레스(준비 자세)부터 셋업, 투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유산소 운동, 심호흡 운동이 된다. 또한 경쟁 상대가 아닌 핀과의 싸움이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양 프로는 “볼링이 운동이 되나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꽤나 고강도의 스포츠”라며 “수준급 동호인이 볼링 한 게임을 치면 고도의 집중력과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테니스 30분 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칼로리 소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도 입 모아 “볼링을 치는 순간만큼은 나이를 잊게 된다”며 볼링 예찬론을 펼쳤다. 한때 허리와 무릎이 망가져 걷는 게 힘들 정도로 아팠지만 볼링을 통해 재활했다는 김남수(70)씨는 레인 위에서 언제 아팠냐는 듯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거듭 스트라이크를 쳐냈다. 그는 “무거운 공을 들고 왔다 갔다 하니까 유산소 운동도 된다”며 “허리와 다리에 근육도 붙었다”고 강조했다.

열정과 실력도 청춘 안 부럽다. 김씨의 옆 레인에 있던 백발의 어르신 또한 거침없이 스트라이크를 쳤다.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 라대성(68)씨는 “하루에 10게임은 거뜬히 친다”면서 “오전부터 나와 오후까지 온종일 친 적도 있다”고 힘줘 말했다. 양 프로는 “이들 두 어르신은 실력도 뛰어나 볼링으로 젊은 청춘들을 이긴다”고 소개했다. 모든 연령대가 함께 참여하는 공릉볼링센터 자체 리그의 애버리지(평균 점수)를 보면 상위권은 늘 시니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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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서울 노원구 공릉볼링센터에서 시니어볼링 동호회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볼링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매번 같은 코스로 정확히 투구한다고 계속 스트라이크가 나오는 게 아니다. 레인의 오일링(기름칠) 상태, 핀의 위치 등에 따라 코스를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투구 전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스페어 처리에 따라 상대방과 자신의 점수 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따져보는 과정에서도 두뇌 회전이 배가 된다. 양 프로는 “흔히 화투가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는데, 볼링은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나도 스코어를 계산할 때 가끔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볼링만 한 게 없다. 김씨는 “상대와 경쟁을 하지만 볼링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그 싸움에서 이겼을 때의 쾌감이 볼링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라씨 역시 “볼링 핀이 쓰러질 때 ‘와르르’ 소리가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며 “80세든 90세든 힘닿는 데까지 볼링을 즐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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